평화는 어떻게 시작될까…8주간 ‘나’에서 답을 찾은 여성들
2026.08.27
울산에서는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8주 동안 그 질문을 따라가 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울산지부(지부장 최미례)는 7월 21일 여성회원들을 대상으로 여성평화교육(PLTE) 과정을 시작했다. 8주 동안 진행된 교육에는 울산지부 여성회원 15명이 참여해 평화의 개념과 가치부터 갈등과 전쟁, 평화운동, 국제법, 여성의 역할까지 단계적으로 배웠다.
8월 20일 울산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수료식에서 교육생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처음에는 평화를 배우기 위해 모였지만, 마지막에는 각자의 일상에서 평화를 어떻게 실천하고 주변으로 확산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첫 질문은 ‘평화’가 아니라 ‘나’였다
첫 수업의 주제는 ‘평화와 나’였다.
교육은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내적 평화와 외적 평화의 의미를 살펴보고, 평화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자신을 들여다본 이유는 분명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순 교육생은 첫 교육에서 “나의 가치를 알게 된 좋은 기회였고 내가 소중하듯 타인도 소중하다는 걸 배우게 됐다”며 “가정과 사회에서 타인의 소중함을 인정해 평화를 전파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화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이어졌다. 김혜순 교육생은 “평화를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일상 속에서 먼저 평화를 실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 평화법에서 가족의 평화법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교육에서는 평화의 범위가 개인에서 가족으로 확장됐다.
교육생들은 평화시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평화시민에게 필요한 역량을 배우는 한편 ‘나만의 평화법’과 ‘가족평화법’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제를 수행했다.
내가 지키고 싶은 평화의 원칙은 무엇인지, 가족이 서로 존중하며 지내기 위해 필요한 약속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과정이었다.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직접 정하고, 이를 하나의 ‘법’처럼 만들어보면서 교육생들은 평화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보게 됐다.
서로가 만든 가족평화법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같은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칙과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방법과 비교하면서 배울 점을 찾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겠다는 다짐도 이어졌다.
폭력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뤄졌다. 폭력과 평화가 서로 멀리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서,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어떤 태도를 선택해야 하는지도 돌아봤다. 한 교육생은 스스로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나누기도 했다.

가족을 넘어 전쟁을 바라보다
4주 차부터는 시선이 가족 밖으로 향했다.
교육생들은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고 대륙별로 발생한 전쟁을 직접 찾아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전쟁은 역사책 속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현실이라는 점도 함께 살펴봤다.
전쟁의 원인으로 국가와 지도자의 이해관계, 욕심과 갈등 등을 들여다보고 전쟁이 발생했을 때 군인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되짚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상처가 오랫동안 남는다는 점도 교육에서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전쟁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하고, 갈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평화를 지속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평화운동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5주 차에는 평화운동과 전쟁종식을 위한 활동을 살펴봤다.
교육생들은 평화에 관한 명언을 직접 만들어보고, 실제 평화운동 사례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봤다.
그중 하나가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의 평화 사례였다. 오랜 갈등과 내전을 겪은 지역에서 평화를 위한 협정이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면서,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이를 통해 교육생들이 바라본 평화운동의 범위도 넓어졌다. 평화운동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활동이 아니라 평화교육에 참여하고, 배운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평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었다.
오연분 울산지부 인턴은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며 “이번 교육이 지역사회에 평화 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관계’를 넘어 제도를 바라보다
6~7주 차에 접어들면서 교육의 시선은 개인과 지역사회를 넘어 국제사회로 향했다.
교육생들은 국제법이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기준을 만드는 제도라는 점을 배우고 현재 국제법이 가진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특히 평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제법안인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의 내용과 제정 필요성을 알아보며, 개인의 실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국제적 갈등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교육생들은 평화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여성들게 평화교육을 알릴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 소식을 접하거나 평화 행사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교육생을 모집하고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로 꼽혔다.
특히 여성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의 의미도 강조됐다. 개인의 평화 실천이 서로 연결되고, 여성들의 연대가 지역사회와 국제사회로 확대될 때 보다 지속적인 평화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8주간 배운 평화, 일상에서 실천하다
8주간의 교육이 끝난 뒤 열린 수료식에서는 교육생들에게 수료증이 전달됐다.
수료식에서 가장 많이 오간 이야기는 수업에서 배운 지식만이 아니었다. 교육생들은 지난 8주 동안 자신의 생활에서 시도했던 작은 변화와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서로 나눴다.
특히 가정에서 배려와 대화를 실천하면서 가족과의 관계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를 공유했다. 교육에서 배운 평화가 실제 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서로의 경험을 통해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박복자 교육생은 “이번 교육을 통해 나의 가치를 알게 됐고,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평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평화를 실천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에서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겠고 여성평화교육은 꼭 배워야 할 교육이라고 주위 지인들에게도 권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미례 IWPG 울산지부장은 “여성평화교육을 통해 교육생들이 평화의 가치와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여성들이 평화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8주간의 교육은 수료식과 함께 공식적인 과정을 마쳤지만, 교육생들이 배운 평화의 실천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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