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⑥] “평화도 수학처럼 배워야 합니다”

2024.12.02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변화다. ‘평화여정’은 세계 곳곳의 현장을 찾아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첫 여정은 코트디부아르다. 평화교육에서 여성의 연대와 협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통해 평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평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아무리 교육을 받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안전과 안정이 없다면 그 성과를 지키기 어렵다.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MFFE)에서 세계여성평화그룹(IWPG)과의 협력을 이끌어온 무사 디아라수바 실장은 평화를 특별한 시기에만 배우는 가치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익혀야 할 기본적인 교육으로 바라봤다. 그는 평화교육을 수학이나 과학처럼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교육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 무사 디아라수바 실장 인터뷰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훌륭한 수학자도 나올 수 없다”

디아라수바 실장이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환경’이었다. 교육과 발전은 평화로운 사회라는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갈등이 발생한 뒤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어린 세대가 평화와 대화, 갈등 해결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교육 과정에서부터 평화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배워야 합니다.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훌륭한 수학자도 나올 수 없습니다.”

그에게 평화교육은 단순히 ‘평화를 이야기하는 수업’이 아니다.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을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는 일이다.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

그는 평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도 강조했다.

코트디부아르는 과거 정치·사회적 위기를 겪으며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갈등을 완화하고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이러한 역할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중요한 갈등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여성의 의견을 구하는 문화가 존재한다고 했다. 겉으로는 남성이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여성의 판단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는 이러한 여성들의 영향력을 평화교육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 명의 여성이 평화를 배우면 그 영향은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가족으로, 이웃으로, 지역사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을 교육하면 가족과 지역사회가 달라진다”

디아라수바 실장은 IWPG와의 협력도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 북부 지역처럼 안보 문제가 이어지는 곳이나 지역 공동체 간 갈등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여성들이 갈등을 조정하고 평화를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의 국가행동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국가적 정책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역량 강화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봤다.

IWPG와의 협력 역시 교육과 세미나에 머무르기보다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사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했다.

아비장에서 시작된 평화교육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교실에 머물지 않았다.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주변의 갈등을 대화로 풀고, 평화의 문화를 확산하는 모습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평화를 배우는 일에서 평화를 만드는 일로

2024년 11월, IWPG와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가 함께 마련한 평화교육에는 여성 리더들이 모였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당시 디아라수바 실장 역시 여성 리더들의 평화 역량 강화가 사회의 안정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편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 라마란 배리 차관보를 만나, 여성의 참여가 왜 평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지, 여성의 역량 강화와 정책적 참여를 어떻게 평화로 연결할 수 있는지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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