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상태를 넘어, 존중과 대화로 짓는 평화-아프간 정치인 시민 후세이니 인터뷰
2026.10.28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프가니스탄 타하르주에서 여성 대표로 주의회 의원을 지낸 시민 후세이니(Simeen Hussaini)는 평화가 단순히 전쟁이 멈춘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의와 성평등, 교육과 협력이 뒷받침돼야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가고 각자의 삶을 일구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빈곤과 어려움 속에 놓인 여성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고, 지역 여성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을 세웠다. 현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에티파크 TV(Etifaq TV)를 운영하며 언론·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과의 만남은 그가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여성들과 교류하고 평화교육의 중요성을 배운 그는, 평화는 거창한 사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존중과 대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시민 후세이니에게 여성의 목소리와 평화교육, 그리고 IWPG와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미래에 대해 들었다.
여성의 목소리를 전하는 일에서 평화를 찾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 이름은 시민 후세이니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바다흐샨주에서 태어났고, 타하르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을 마쳤습니다. 대학에서는 법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와 함께 사회개발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했습니다.
타하르주의 마을과 여러 지역을 다니며 주민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빈곤과 고난을 겪는 여성들의 현실을 보면서 직접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주의회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주민들의 지지로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고, 이후 두 차례의 임기 동안 총 8년간 타하르주 여성 대표로 활동했습니다. 의회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2007년에는 많은 여성과 함께 타하르주에 라디오 함사다(Radio Hamsada)를 설립했습니다. 여성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지난 4년간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생활하며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에티파크 TV를 설립했고, 지금도 언론과 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IWPG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첫인상은 어땠나요?
A. 물론입니다. 제70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7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갔을 때, IWPG 글로벌 3국의 허은주 글로벌국장과 박희영 사업운영부장을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두 사람과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서로의 목표와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두 사람은 세계 곳곳에 평화를 확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었고, 저 역시 평화를 더 깊이 배우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헌신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찾고 있었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여성들을 하나로 연결하려는 IWPG의 진정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평화교육과 국제적 연대, 평화 지도자로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점에서도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Q. IWPG와 함께 활동하면서 평화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A. IWPG와 함께 평화 문화를 확산하는 일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제 조국 아프가니스탄에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평화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정의와 성평등을 실현하고, 사회 발전과 실업 감소, 빈곤 퇴치를 위해 노력하려면 먼저 평화로운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평화도 필요하고 먹고살 양식도 필요합니다.
IWPG와 함께 활동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면서 평화의 의미를 더 넓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평화는 단지 전쟁과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정의와 존중, 교육과 협력도 평화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관계와 지역사회, 사회 제도에서 시작됩니다. 공동의 실천과 평화교육이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일상의 존중과 교육이 평화를 만든다
Q. 평화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2026년 대한민국에서 열린 2026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나라의 여성 지도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역경을 이겨 내 온 과정과 강인함, 평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적 연대가 가진 힘을 실감했습니다.
우리의 경험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를 하나로 연결합니다.
세계 어디에 살든 모든 사람에게는 평화와 정의가 필요합니다. 평화는 정의를 통해 자라나고, 정의는 사람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얻을 때 더욱 단단해집니다. 정부 역시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교육과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Q. 평화 구축 활동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점도 있었나요?
A. 친절을 베풀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를 나누는 작은 행동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예전에는 평화를 이루려면 규모가 큰 프로그램이나 주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분열보다 이해를, 갈등보다 협력을 선택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일의 중요성도 깨달았습니다. 2026년 한 평화 콘퍼런스에서 여러 나라의 여성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였습니다. 호주에서 온 한 참가자가 인생에서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녀나 부모님을 꼽았지만, 그 참가자는 “저는 제 자신을 가장 사랑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자녀에게 긍정적인 본보기가 되려면 먼저 자신 안에서 평화를 배우고 평화롭게 살아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평화교육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실천해야 하며, 그렇게 배운 가치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Q.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상호 존중과 진솔한 대화입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며,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함께 노력할 때 평화는 자라날 수 있습니다. 문화와 세대, 공동체가 서로 다르더라도 협력한다면 더욱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Q.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 사회에 가장 먼저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평화교육에 투자하고 존중과 평등의 문화를 확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평화의 가치를 배우면 의견 차이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는 물론 더 넓은 세상에서 평화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평화를 배우는 일은 개인의 태도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토대가 됩니다.

여성의 참여를 넓히고 평화를 다음 세대로
Q. 앞으로 IWPG와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으신가요?
A. IWPG와 함께 제가 속한 지역사회와 그 밖의 지역에서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특히 여성과 청년들이 평화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여성들이 평화 지도자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적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싶습니다. 분쟁의 영향을 받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기회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경험, 평화에 관해 배운 교훈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누군가 “평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셨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고 싶나요?
A. 저는 제 목소리와 제가 운영하는 미디어 플랫폼, 사회 활동을 통해 대화와 상호 이해, 희망을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답하겠습니다.
어린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마련했습니다. 어린이들의 그림을 통해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평화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평화란 안전하게 뛰어놀고, 부모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함께 행복한 순간을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 토론과 평화교육 활동을 마련하며,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도록 장려해 왔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IWPG에서 배운 것을 나누고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 역시 제가 평화에 기여하는 방법입니다. 상호 이해가 자라나고, 모든 사람이 존중받으며 자신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진다고 느끼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평화는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꾸준히 가꾸고, 대화로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여성이 모든 단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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