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연극으로 마주…강남지부, 예술로 평화 배우다

2026.08.21

전쟁과 평화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역사책이나 뉴스 속 장면을 떠올린다. 무대 위에서 전쟁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등장인물의 목소리와 표정, 몸짓을 따라가다 보면 전쟁이 남긴 상처와 그 안에서 평화를 바랐던 사람들의 마음을 보다 가까이 마주하게 된다.

21일 수원연합사무실에서 열린 ‘8월 세계여성평화네트워크 정기모임’에서는 연극을 통해 전쟁과 평화를 바라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강남지부 회원과 직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술이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한 특강과 참여형 활동이 이어졌다.

무대에서 다시 만난 전쟁의 이야기

이날 특강은 수원여자대학교 연기영상과 박연주 전임교수(극단 마고 대표)가 맡았다. ‘연극과 평화’를 주제로 약 80분간 진행된 강연에서는 예술이 사회적 갈등을 바라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특히 고대 그리스 희곡인 《리시스트라테》와 《트로이의 여인들》을 통해 전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짚었다.

《리시스트라테》에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트로이의 여인들》에서는 전쟁이 끝난 뒤 남겨진 여성들의 고통과 애도를 다뤘다.

같은 전쟁을 바라보더라도 누군가는 전쟁을 막기 위해 행동하고, 누군가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감당해야 한다. 두 작품을 따라가며 참석자들은 전쟁이 단순히 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오랜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봤다.

평화를 ‘보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강연 이후에는 참석자들이 직접 연극을 경험해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전쟁과 평화의 상황을 몸짓과 표정으로 표현하는 ‘타블로(Tableau·정지 장면) 만들기’에 참여하고, 극 중 인물을 직접 맡아 역할 연기도 진행했다.

말로 설명을 듣는 것과 직접 몸으로 표현해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역할에 몰입해 전쟁과 평화의 장면을 만들어보고, 활동이 끝난 뒤 자신이 느낀 점을 서로 나눴다.

한 회원은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며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직접 배역을 맡아 연기하면서 그 의미를 몸소 느껴보는 경험이 특별하고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예술이 건네는 평화의 질문

이번 모임에서 연극은 단순한 공연이나 체험을 넘어 평화를 생각하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

전쟁을 막기 위해 연대했던 여성들의 이야기와 전쟁 이후 남겨진 여성들의 슬픔을 무대 위에서 마주하고, 참가자들이 직접 그 상황을 표현해보면서 평화의 의미를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볼 수 있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는 교육을 통해 평화를 배우고, 누군가는 봉사와 캠페인을 통해 실천한다. 이번 모임처럼 예술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평화의 가치를 생각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IWPG 강남지부 관계자는 “이번 정기모임은 ‘평화’를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개념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끼고, 표현해볼 수 있는 가치​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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