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②] 선거의 비극을 희망으로…평화교육을 선택한 이유

2024.11.27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변화다. ‘평화여정’은 세계 곳곳의 현장을 찾아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첫 여정은 코트디부아르다. 평화교육에서 여성의 연대와 협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통해 평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평화로운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지만,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선거가 오랫동안 갈등과 폭력의 기억과 맞닿아 있었다.

1990년 이후 치러진 선거마다 정치적 갈등이 폭력으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됐다. 특히 여성과 아동은 분쟁과 폭력에 취약한 위치에 놓이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또 한 번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2025년 10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

코트디부아르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선택한 것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대응이 아니었다. 갈등이 발생한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평화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었다. 그 중심에 여성 평화 리더 양성이 놓였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비극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적 혼란은 1993년 초대 대통령 펠릭스 우푸에부아니(Félix Houphouët-Boigny)가 사망한 이후 더욱 심화됐다. 정권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쿠데타와 무력 충돌이 이어졌고, 정치적 대립은 사회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됐다.

평화를 위한 협정이 체결되며 안정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졌지만,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2010년 대통령 선거는 코트디부아르 현대사에서 가장 큰 상처로 남았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가 다시 폭력에 휩싸였다. 시민들의 희생이 이어졌고 여성과 아동 역시 그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유다.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25년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코트디부아르가 마주한 과제는 분명했다.

어떻게 하면 선거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점이 되지 않게 할 것인가.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그 해법 가운데 하나로 교육에 주목했다.

갈등이 발생한 뒤 이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반복되는 폭력의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들이 평화와 갈등 해결의 방법을 배우고, 지역사회에서 직접 평화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됐다.

여성은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사회적 의사결정과 평화 구축 과정에서는 충분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에 코트디부아르는 여성들이 평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평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데 주목했다.

코트디부아르가 선택한 ‘여성평화교육’

이러한 상황에서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MFFE)는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의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에 주목했다.

IWPG의 PLTE는 여성 리더들이 평화의 의미와 갈등의 원인, 평화문화 확산의 방법 등을 배우고, 교육을 통해 얻은 내용을 다시 지역사회에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여성들이 평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평화를 가르치는 리더로 성장한다면 가정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의 평화문화 확산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라마란 배리(Lamarane Barry)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 차관보 역시 여성평화교육을 통해 여성 인권을 높이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선거철 분쟁으로 인한 유혈 사태를 줄여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평화의 씨앗을 품고 아비장으로

코트디부아르 여성가족아동부는 마침내 IWPG를 자국으로 공식 초청했다.

2024년 11월 23일.

IWPG 대표단 10명이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평화를 배우기 위해 모인 현지 여성 리더들이었다.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3일간의 교육을 통해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그리고 아비장의 여성들은 평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다음 편에서는 코트디부아르 현지에서 처음 대면으로 진행된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 현장과 그곳에서 탄생한 59명의 여성평화강의자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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