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③] 아비장에 울려 퍼진 평화의 선율

2024.11.29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변화다. ‘평화여정’은 세계 곳곳의 현장을 찾아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첫 여정은 코트디부아르다. 평화교육에서 여성의 연대와 협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통해 평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2024년 11월 23일,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도착한 10명의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평화 활동가는 곧바로 현지 여성가족아동부(MFFE)와의 협력 일정에 들어갔다. 11월 25일부터 정부 관계자 및 산하 기관, 현지 여성 단체들과 만남을 이어가며 여성 평화 리더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11월 27일.

아비장의 한 교실에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이 모였다. 그동안 온라인 화면을 사이에 두고 이어오던 평화교육이 처음으로 현지에서 직접 마주 앉는 교육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화면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다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마리테레즈 우푸에부아니 여성교육기관에서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이 진행됐다.

현지 여성단체장과 활동가 등 7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총 10개 차시로 구성된 교육과정을 통해 평화의 의미와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하고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방법을 배웠다.

교실에서는 단순히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NGO ‘여성의 목소리(Women’s Voice)’ 대표 세디아 야오 크리스텔(Cedia Yao Christelle)은 교육을 통해 가정과 지역사회, 국가 차원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가오는 대선을 언급하며 여성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여성들이 연대해 평화를 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여성친화기업연합(CIFEF) 회장 아니 엘리자베스 크리조아(Annie Elizabeth Krizoa) 역시 여성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여성과 아이들이지만, 여성에게는 갈등을 중재하고 평화를 이끌어낼 힘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경험한 여성들이 동시에 평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교육 현장 곳곳에서 공유됐다.

59명의 평화 강의자 양성

사흘간의 교육이 마무리되면서 수강생들에게도 변화가 나타났다.

교육과정을 이수한 59명이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을 수료하며 코트디부아르의 첫 여성 평화 강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제 배운 내용을 자신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다시 전하게 된다.

이번 교육은 평화가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작은 실천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육 마지막 날, 배움의 자리는 더 넓은 대화의 장으로 이어졌다.

한마음으로 평화를 약속하다

11월 29일에는 PLTE 수료식과 함께 ‘세계여성평화 콘퍼런스–코트디부아르’가 개최됐다.

콘퍼런스에서는 ▲여성이 평화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 ▲코트디부아르와 여성 평화 ▲평화의 답, 여성평화교육 ▲평화로 바뀐 도시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코트디부아르의 평화를 위해 여성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코코디 여성 협회 회장 코난 글래디스(Konan Gwladys)는 다음 세대에 평화를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NGO ‘Vivre Ensemble’ 회장 시세 코네 마산제(Cisse Kone Massandje) 역시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나라에서 국민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적 이해보다 국민의 평화를 우선해 달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참가자들이 평화 서약서에 서명했다.

자신부터 평화 활동을 시작하고, 배운 평화의 가치를 주변에 전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날 현장의 모습은 코트디부아르 국영방송 RTI를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아비장에서 시작된 여성들의 평화교육이 현지 사회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사흘간의 교육은 끝났지만, 59명의 평화 강의자에게는 이제 새로운 역할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교육을 위해 먼 길을 찾아와 3일 동안 함께한 한 프랑스인 강사가 있었다.

“처음에는 교육을 하러 왔지만, 마지막에는 제 마음 한 조각을 이곳에 두고 가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여성들과 직접 마주 앉아 평화를 가르쳤던 IWPG 현지 파견 강사 페미 오리엔(Femi Orien)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음 이야기 ☞ [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④] “아비장에 심은 내 마음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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