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④] “아비장에 심은 내 마음 한 조각”

2024.11.30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시작되는 변화다. ‘평화여정’은 세계 곳곳의 현장을 찾아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첫 여정은 코트디부아르다. 평화교육에서 여성의 연대와 협력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통해 평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지난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는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이 진행됐다. 70여 명의 현지 여성 리더와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배우고, 자신의 자리에서 평화를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교실 앞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페미 오리엔(Femy Orianne)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프랑스 파리 지부장이 서 있었다.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던 그는 평화 역시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 삶의 영역이라는 생각으로 평화교육의 길에 들어섰다. 이제는 프랑스를 비롯해 마그레브 지역과 서아프리카의 평화 활동을 살피며 여성들과 평화를 나누고 있다.

아비장에서 3일 동안 현지 여성들과 얼굴을 맞대고 교육을 진행한 페미 오리엔 지부장을 만나, 그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에서 평화 강의자로

Q. 자기소개와 함께 평화 강의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페미 오리엔입니다. 저는 원래 마케팅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일상에 평화와 친절, 연대가 부족할 때 그것이 사람들의 행동과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화는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배우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어야 하는 실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생각이 저를 IWPG 평화 강의자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제가 배운 평화의 가치를 세계의 여성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평화를 어렵지 않은 것으로 만드는 교육”

Q. IWPG의 여성평화강의자 양성교육(PLTE)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PLTE의 가장 큰 강점은 평화를 쉽고 구체적으로, 실제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아주 멀리 있는 이상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을 받고 나면 평화는 특별한 누군가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내가 하는 작은 행동부터 평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내면의 평화가 자리 잡으면 가족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이웃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변화가 주변으로 이어지면서 지역사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던 교육과 달리 코트디부아르 현지에서 직접 대면 교육을 진행하셨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차이가 있었나요?

온라인 교육과 대면 교육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화면을 통해서도 지식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에너지가 있습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참가자들의 표정과 반응을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더 깊이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의 진심과 참가자들의 마음이 서로 오가는 과정 자체가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비장에 제 마음 한 조각을 남겨두고 왔습니다”

Q. 3일 동안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을 직접 만나 교육을 진행하셨는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렇게 큰 평화 프로젝트에 강사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평화교육을 통해 경험했던 변화와 배움을 코트디부아르 여성들과 직접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비장에 제 마음 한 조각을 남겨두고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3일이라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배우면서 서로에게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과 이야기를 통해 여성들이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이 자신이 가진 힘을 믿고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믿음을 품고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편지 한 통

Q. 교육 현장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요?

두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첫 강의를 마쳤을 때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주셨습니다. 그 순간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뒤 한 참가자가 제게 편지 한 통을 건넸습니다. 그분은 교육 첫날에는 ‘평화교육이 정말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3일 동안 교육을 받으면서 먼저 자신 안에서 평화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제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그 변화가 그 사람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평화교육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이여, 자신을 믿으세요”

Q. 마지막으로 코트디부아르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사랑하는 코트디부아르의 여성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는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힘이 있습니다. 어려운 현실이나 정치적 갈등이 여러분의 희망을 빼앗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교육에서 배운 것들을 자신의 삶에 먼저 적용하고,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에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를 만드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여러분이 가진 힘을 믿으세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IWPG 역시 여러분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평화 안에서 하나입니다. We are one.

아비장에서의 3일은 끝났지만, 그가 전한 이야기는 교실에만 머물지 않았다. 평화를 배우기 위해 모인 여성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 편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여성단체장들을 만나, 현지에서 바라본 평화와 여성의 역할을 들어본다.

다음 이야기 ☞ [평화여정-코트디부아르⑤] 평화를 위해 모인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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